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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물병으로 전등과 집 만든 일락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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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2

쉬운IT, 공감가는 IT를 쓰고 싶은 새내기 기자입니다. e메일: jihyun@bloter.net , 트위터: @bcomingj, 페이스북: facebook.com/bcomingj

 

필리핀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태풍이 많이 일어난다. 해마다 평균 20여개 태풍이 필리핀을 거쳐간다. 그 중 5개 정도는 매우 치명적인 피해를 낳는다. 태풍 때문에 필리핀에선 해마다 10만명이 집을 잃고 다시 복구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최근엔 기후 변화로 더 많은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자연 재해가 반복되며 생계도 무너진다. 재해 복구 활동은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씩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있는 한 사회적 기업가는 이런 상황을 보고 지속가능한 도움을 주며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마이쉘터재단을 운영하는 일락 디아즈이다.

일락 디아즈 마이쉘터재단 설립자가 5월21일 한국을 방문했다. 마이쉘터재단은 개방형 기술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도록 돕는 재단이다. ‘리터오브라이트’는 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물병으로 빛을 만들도록 도와준다. 재단은 상업제품인 태양광전구도 함께 만든다. 일락 디아즈는 “최근 불어닥친 하이옌 태풍은 1420만명의 집을 앗아갔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이를 도울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고, 우리는 구체적인 재난 복구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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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락 디아즈 마이쉘터재단 설립자

재난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에 많은 도움이 들어온다.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면서 구호 활동이 벌어진다. 정부와 NGO단체도 힘을 보탠다. 대부분은 물과 음식을 우선 보낸다. 문제는 재해가 일어나고 몇 달 뒤부터다. 본격적으로 삶의 터전을 다시 만들어야 하지만, 재해민은 구호품만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발도상국에선 비싼 원자재를 여러 번 살 수 있는 형편도 안 된다. 일락 디아즈는 구호품에 포함된 플라스틱 물병에 눈길이 갔다. 그는 다 먹고 쌓여 있는 빈 물병으로 집과 전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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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기 위해 모은 플라스틱 병

일락디아즈는 벽돌 대신 플라스틱 병을 사용했다. 플라스틱 병 안에 흙을 넣어 무겁고 단단하게 만든 다음, 이를 끈으로 연결해서 묶어 집 구조물를 만들었다. 여기에 폐타이어도 활용하고 대나무나 진흙은 같은 자연 재료도 이용했다. 문제는 창문이었다. 보통 많이 쓰는 유리는 비싸고 깨지기도 쉬워 운반하기 힘들었다. 일락 디아즈는 유리 물병을 썼다. 물병에 물을 넣으면 바깥 햇빛이 통과하면서 자연스레 전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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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쉘터 건축 재료로 활용되는 물병들

“플라스틱 물병이 썩는 덴 수천년이 필요해요. 하지만 물은 항상 먹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빈 물병이 쌓일 수 밖에 없어요. 이 플라스틱 물병으로 집을 지으면 주민들은 쉽게 재료를 구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더구나 필리핀은 전기가 안 들어오는 데도 많아요. 유리병으로 창문을 만들면 햇빛이 집 안으로 들어와 환하게 집을 비출 수 있습니다.”

일락 디아즈는 마이쉘터에서 고안한 건축 방법을 외부에 전부 공개했다. 오픈 기술로 만든 것이다. 마이쉘터는 현재 20개 나라와 협력해 집을 짓고 있으며, 지금까지 57만개 물병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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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으로 만든 집. 실제 필리핀에서 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마이쉘터재단은 2001년 설립됐다. ‘자선단체로 굉장히 오랫동안 활동을 지속하는 것 같다”라고 넌지시 물었다. 일락 디아즈는 “우린 자선단체가 아니다”라며 “단지 좋은 일에 투자하고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비싼 가격을 매기진 않더라도 재단에 꾸준히 수익금이 들어오는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자선 활동은 성공적인 사업 결과를 이끌기 힘들어요. 성공적인 사업이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사용자들이 사고 싶은 좋은 제품 말예요. 그런 의미에서 마이쉘터는 리터오브라이트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존에 무료였던 물병 전구가 아닌 태양광 전구를 떠올렸어요. ”

일락 디아즈는 리터오브라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물병에 표백제와 기름, 물을 특정 비율로 섞어 만든 물병 전구를 보급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아이디어는 브라질에 알프레도 모저라는 사람이 고안한 모델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며 오픈 기술이기 때문에 일락 디아즈는 모저램프 아이디어를 마이쉘터 건축물에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병 전구는 공개된 기술인 만큼 수익금을 가져오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모저램프에서 진화한 태양광 전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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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1일 한국을 방문한 일락 디아즈는 물병 전구와 태양광 전구를 직접 시연해 보여줬다. 

태양광 전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전기 부품과 구리선, 배터리 등으로 만든 전구다. 일락 디아즈는 폐가전제품에서 부속품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태양광 전구는 필리핀 마을에서 여성들이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고, 10달러 정도에 판매한다. 물병과 부품은 유효기간이 2~3년 정도로, 고장이 나도 주변 협동조합에서 손쉽게 수리해 준다. 일락 디아즈는 “이 프로젝트로 여성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활동이 촉진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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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쉘터가 지역 협동조합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태양광 전구. 

몇 년 동안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좀 더 일반적인 사업들, 이를테면 인터넷이나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해도 잘 해내지 않았을까. 그가 굳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사업모델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 가족은 ‘책임감을 가져라’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책임감은 희생이 아니에요. 내가 만약에 성공을 했다면, 내 성공에 다른 사람들도 함께 끌고 올 수 있는 책임감이죠. 세상이 좀 더 나아지도록 내 스스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제 생각과 능력이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제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영향이 다른 사람에게 갈수 있다면 정말 좋은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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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쉘터에서 만든 물병 전구를 가로등으로 활용한 사례

그는 필리핀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MIT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수업을 받았다. 그는 MIT에서 있으면서 혁신에 대한 남다른 정의를 하고 왔다. 새로운 기술 혹은 돈이 많이 드는 기술만  세상을 바꿀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의 기존 기술로도  천천히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단다.

“자원봉사를 통해 뭔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게 중요한 거죠.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제품 그리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결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그 자리에 없을지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되죠. 저는 마이쉘터에서 제 존재가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역 주민을 제대로 도왔다면, 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사라져도 계속 그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일종의 혁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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