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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미래산업, 업사이클(Upcy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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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석 프리랜서 nkb0731@gmail.com
아름다운가게 (前)신사업팀장

1. 개요
올 겨울 들어 국내 환경 관련 최대 이슈는 단연 중국발 스모그가 아닐까 싶다.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초미세먼지로 인해 시계(視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답답해했고, 노약자들은 각종 호흡기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 본토의 경우, 10m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짙은 스모그로 인해 주요 도시마다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중국환경과학원은 ‘중국의 스모그가 최근 1~2년 사이에 갑작스레 만들어진 게 아니고, 지난 30년간 급속한 산업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비단 스모그만이 아니다. 뚜렷한 기후변화 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역대급의 기상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현 세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환경문제는 미래 세대의 안위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요한 당면과제가 되었다.
환경 분야 국제 NGO들을 중심으로 화석 에너지의 남용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한편, 자원 개발과 농경지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을 경고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도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화석 에너지를 절약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그에 대응하여 각종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종 생활 및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얼마 전부터 단순히 폐기물의 재활용을 넘어 한 단계 진화한 새활용(업사이클, Upcycle)이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새활용하기(Upcycling)는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1’ 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급속한 소셜 네트워크 사회로의 변화 속에 친환경적인 업사이클 제품의 내재적 가치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경영을 견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업사이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도시들은, 그 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업사이클 문화를 확산시키는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에코디자인(eco-design)’, 업사이클 산업의 현주소와 더불어 업사이클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해외 도시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2. 업사이클(새활용)의 정의

업사이클 개념도

3. 업사이클링 핵심프로세스

업사이클의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림2>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일단 폐기물이 종류별로 분리 수거되면, 이를 공장으로 입고시켜 해체, 분류한 뒤, 제조에 필요한 소재별로 재단한다. 1차적으로 재단한 소재들은 제조하기 쉽게 다시 가공하고, 최종적으로 제품화한다. 이렇게 탄생한 업사이클 제품들이 패션 잡화로, 예술적인 가구 등으로 판매된다.

 

업사이클 프로세스

 

4. 국내외 업사이클 관련 산업 현황
세계 페기물 재활용 시장은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서도 연간 4,00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미국의 규모가 가장 커서 약 절반에 가까운 2,00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한화로 약 200조원 규모에 해당한다2. 전세계 폐기물 재활용 시장규모가 이처럼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지만, 폐기물의 업사이클 시장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업사이클 소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인 미국의 ‘테라사이클(Terracycle)’에 따르면, 미국 업사이클 시장규모는 2010년 기준, 연간 1,25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전체 재활용 시장규모의 0.01%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니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국내의 업사이클 산업 역시 미미한 수준이며, 필자가 지난해 서울연구원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에코파티메아리’, ‘문화로놀이짱’, ‘터치포굿’, ‘리블랭크’ 같은 영세 기업과 패션업계 중 처음으로 업사이클 브랜드를 론칭한 코오롱 ‘Re;code’의 연간매출액을 모두 합해도 20억 원을 넘지 못한다3.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도 재활용업체 매출 통계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 전체 재활용시장 규모가 약 4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국내 업사이클 시장규모 역시 통계자료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0.0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미국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그 규모가 미미하다.

 

업사이클 국내시장규모

 

5. 주요 업사이클 관련 기업 현황

그간 업사이클 관련 산업은 사실상 유럽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이탁(Freitag, 스위스)’을 필두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베 호프(Globe Hope, 핀란드)’, 독특한 폐소재를 새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엘비스 앤 크레세(Elvis & Kresse, 영국)’ 등은 업사이클을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 목적의 전시품이나 예술품이 아니라, 상품성을 갖춘 생활 패션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시킨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방수성이 뛰어난 타폴린(tarpaulin) 소재에서부터 폐현수막, 폐군복, 폐항공기의 안전벨트 등 독특한 폐소재를 활용해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업사이클의 소재가 되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커피찌꺼기가 양질의 퇴비가 되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디카페(Decafe)’는 이를 고급스런 램프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마루의 마감재인 플로어링(Flooring)을 일부 재활용해 나무 시계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위우드(Wewood, 이탈리아)’ 나 주로 폐가구를 이용해 예술적인 생활가구를 만드는 에코 디자이너들의 협동조합인 ‘쯔바잇신(Zweitsinn, 독일)’ 같은 곳도 대표적인 업사이클 기업에 속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디자인 강국답게 폐기물에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이른바 ‘Resign(Recycling+Design)’ 개념을 소개하여 주목받고 있는데, 이탈리아 북동부지역의 한 도시는 리자인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리자인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리자인’ 개념은 이웃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업사이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대서양을 건너 미주 지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주로 인간에 의한 과도한 환경오염에 비판적인 에코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스토리가 있는 업사이클 브랜드(Holstee, Ecoist 등)이 생겨났고, 이들이 만든 상품들이 착한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윤리적 소비문화의 확산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업사이클 제품의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호소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제품의 실용성과 심미성을 갖추고 기성 제품들과 정면 승부해서 그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아름다운가게가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 브랜드인 에코파티메아리(eco party mearry)를 론칭한 게 효시다. 이후 리블랭크(reblank), 터치포굿(touch for good) 같은 업사이클 브랜드가 조금씩 그 존재를 부각시키며, 국내 업사이클 산업을 선도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대로 아직은 대체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업사이클 관련 기업들은 유럽과 미주 대륙에 분포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브라질, 일본, 홍콩 등지에서도 관련 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업사이클 세계기업현황

가. 프라이탁(Freitag)
세계 최고의 업사이클 브랜드의 하나인 프라이탁은 이 분야에서 하나의 전설로 통한다. 지난 1993년에 론칭한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프라이탁 형제(마쿠스 & 다니엘 프라이탁)에 의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취리히 교외에 살면서 늘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두 형제는 자주 비를 맞고 다녔기에 방수성이 뛰어난 가방이 필요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비오는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었다. 방수천으로 뒤덮인 트럭을 보고 나서 폐방수천을 재활용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가방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소재는 이 방수천(타폴린 소재)를 사용하였고, 어깨끈은 자동차 안전벨트를, 마감은 폐자전거의 고무로 처리한 게 특징이다. 폐방수천의 원형을 그대로 새활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디자인은 단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템인 것이다.

업사이클 세계기업 프라스탁
디자인과 기능성은 물론 내구성까지 갖춘 이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전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도에는 전세계 350개가 넘는 매장에서 한 해 2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여 약 500억원을 벌어 들였는데, 이는 방수천 200톤, 자전거 튜브 7만5천개, 자동차 안전벨트 2만5천개를 업사이클링한 결과다4. 잘 만든 업사이클 브랜드가 얼마나 큰 환경적,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프라이탁이다.

나. 에코이스트(Ecoist)
미국의 에코이스트는 산업폐기물을 새활용하는 사례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에코이스트는 폐기될 운명에 처한 사탕봉지나 라벨, 캔뚜껑 등을 모아 세련된 패션 잡화를 만드는데, 최근에는 할리우드 유명스타들이 애용하여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폐목시계
비록 회사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이들이 업사이클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에코이스트는 코카콜라, 디즈니, 프리토레이, m&m 등으로부터 제품 로고가 박힌 폐기용 라벨이나 봉지 등을 제공받아 핸드백, 팔찌 등을 만든다. 이들 폐기물은 본사가 있는 미국 마이애미가 아니라 페루에 있는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공정한 상거래를 통해 수공업자에게 자립을 돕고, 지속 가능한 삶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 일종의 공정무역(fair trade)5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에코이스트의 공익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품 하나가 판매될 때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종의 식목 캠페인(Buy a Bag, Plant a Tree)을 벌이고 있는데, 우간다, 아이티 같은 제3세계는 물론 자국 내 사막지역에도 나무를 심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나무시계 제조회사인 ‘위우드(Wewood)’ 역시 시계 하나가 팔릴 때마다 미국 ‘포레스트 파운데이션(Forest Foundation)’을 통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대의명분마케팅(cause marketing)을 펼치고 있다. 위우드는 우선 폐목의 재활용을 통해, 그리고 제품 판매수량만큼의 나무 심기를 통해 직간접적인 ‘조림(造林)’ 사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해당기업들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조림사업에 동참하든 아니면 에코 크리에이터의 순수함에서 비롯됐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는 모습들은 일반기업들에게 분명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다. 쯔바잇신(Zweitsinn)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불과 1년 만에 3천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바야흐로 협동조합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독일의 협동조합 역사는 150년이 넘어 이미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크고 작은 협동조합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업사이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쯔바잇신이다. 쯔바잇신은 우리말로 ‘두 번째 용도’라는 뜻인데, 업사이클의 의미를 잘 살린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독일폐가구 쯔바잇즈프랑크책장
독일은 나라가 큰 만큼 폐기되는 가구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KOTRA가 발행하는 보고서6에 따르면, 독일의 연간 폐가구량은 자그마치 70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이 소각되고, 재활용되는 수치는 채 10%가 되지 못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관심이 높은 독일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묵과할 리 없다. 이런 문제인식으로부터 도르트문트 공대 환경연구소의 친환경 프로젝트로 시작된 쯔바잇신은 폐가구를 예술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주목받고 있다. 통상 폐가구를 리디자인(redesign)한 제품들은 그 공정상의 복잡성과 널찍한 작업 공간이 필요한 탓에 그린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식되기 일쑤이고 작품의 수 또한 적어 이를 소비하는 이들 역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쯔바잇신은 예술성을 겸비한 업사이클 제품을 제작하고도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많은 제품들을 만들어냄으로써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성공방식이 좀 독특한데, 총 8명의 가구 디자이너를 포함하여 수공업자, 제조업체, 학생들의 네트워크(Ecomoebel GmbH)으로 묶여 있다. 이 네트워크에 가담하고 있는 이는 수백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공동 작업을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로 제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의 판매방식 역시 눈에 띄는데, 바로 생산자협동조합을 구축해 독일 전역에 온/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폐가구가 업사이클링을 통해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지 그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흠집이 난 가구를 그대로 살려 재사용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호평을 받고 있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일반 가구업체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쯔바잇신은 협동조합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공존과 배려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협동조합 초보국가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6. 세계의 업사이클 도시
사실 어떤 국가나 도시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속 가능한 업사이클 산업을 추진한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의식 있는 에코 크리에이터들이 한 데 모여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결과적으로 도시 전반에 업사이클 문화를 확산시킨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실 그 같은 실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도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열린 문화, 에코 디자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과 다양한 실험들을 가능하게 하는 편의성 및 쾌적함(amenity)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에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와 학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패션쇼나 포럼 같은 기회, 출품작에 대한 수상과 그를 통해 접하게 될 물적, 인적 지원 체계가 대단히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업사이클 산업은 뒷골목의 허름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몇몇 의식 있는 에코 크리에이터들의 고군분투만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 런던
‘런던의 착한 가게’를 쓴 저자 박루니는 런던을 가리켜 ‘지속가능성7을 추구하는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한 도시’라고 했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공정무역, 재활용, 공유경제 등을 꼽고 있다. 사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재활용과 새활용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면서도 환경을 파괴하거나 화석 에너지를 남용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와 달리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함으로써 지구에 부담을 덜어주고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업사이클 관련 기업 및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아래 소개할 정키스타일링(Junky Stylling)이나 원 어게인(Worn Again)과 같은 업사이클 기업 외에도 세계 2차대전 당시 제조된 잉여 군복을 업사이클링하여 패션계에 파장을 몰고 온 패션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래번(Christopher Raeburn) 같은 이도 있다. 지면상 여기서는 런던을 세계적인 업사이클 도시로 인식하게 만든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 둘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키스타일링(Junky Styling)
정키스타일링은 1997년 애니카 샌더스(Annika Sanders)와 캐리 시거(Kerry Seager)가 만든 업사이클 브랜드다. 이들은 평소 자신들의 옷을 직접 고쳐 입곤 했는데,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옷을 만드는 것에 익숙했다. 이 솜씨 좋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친 헌 옷은 서서히 빈티지 매니아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곧 그들의 요구에 맞는 커스터마이즈드 빈티지(Customized Vintage)8를 창조해냈다. 이들의 유명세는 런던의 최고급 쇼핑명소로 꼽히는 해로즈백화점 내 입점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이곳에 빈티지 부띠끄가 함께 진열된 것이다.

할로드정키스타일
회사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정키스타일링은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입혀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패션을 추구한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캠페인이 바로 ‘옷장 수술(Wardrobe Surgery)’이다. 평소 잘 입지 않아 옷장에서 잠자고 있던 옷을 가져오면,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업사이클링 해준다. 물론 수선비가 만만치 않지만, 이들의 파격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실험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은 뜨겁다. 국내에서는 리블랭크의 채수경 대표가 이와 비슷한 ‘클로젯 프로젝트(closet project)’를 추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할로드정키스타일1

원어게인(Worn Again)
원어게인은 미국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신디 로즈(Cyndi Rhoades)가 설립한 엔티 아파티(Anti-Apathy)의 친환경 패션프로젝트 그룹명이다. 평소 기후변화, 빈곤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지속 가능한 삶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로 독특한 사회적 실험들을 하다가 ‘원어게인(Worn Again)’을 만들게 됐다. 놔두면 그냥 쓰레기장으로 보내질 처지의 폐기물 중에서도 남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소재, 즉 감옥 죄수들이 덮던 담요, 폐차의 시트가죽, 폐항공기의 좌석 커버 및 안전벨트, 폐낙하산, 우체부와 소방관의 제복 등이 그녀의 눈에 띄었던 보물들이다. 지난 2008년, 원어게인은 버진 아트란틱(Virgin Atlantic) 항공사와 합작하여 항공기 시트를 새활용한 가방을 선보였다. 당시 버진 아트란틱사는 2012년까지 항공용 매립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본 프로젝트 진행에 참여하였다.

원어게인

나. 파엔자
이탈리아는 디자인의 나라다.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한 디자인이 아니라 언제나 창의적인 디자인을 고민하는 이 나라가 폐기물이라고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새활용하는 수준이라면 이제는 새로울 게 없겠으나, 그 쓰레기에 디자인을 입히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리사이클링(Recycling)과 디자인(Design)의 합성어인 ‘리자인(Resign)’ 프로젝트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2003년 밀라노의 건축가인 마리오 카펠리니(Mario Cappellini)가 주도한 ‘리메이드 인 이탈리(Remade in Italy)’에서 비롯됐다. 재활용 제품의 홍보와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기업과 소비자들로 하여금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고, 결국 2009년 ‘리메이드인이탈리 협회’ 창립으로까지 이어졌다. 협회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친환경 리사이클 & 업사이클 제품이 주목을 받게 되자, 차츰 기업들도 이 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때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것이 바로 디자인 전문기업들이다.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파엔자시(Faenza)가 ‘리자인의 도시’로 주목받게 된 것도 사실 ‘디자인 2.0’이라는 디자인 전문기업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중세시대 도요(陶窯) 산업으로 유명했던 이 도시는 폐기물을 재활용한 리자인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디자인 2.0은 자신들이 만든 리자인 제품을 시시때때로 문화센터에서 전시하여 시민들에게 최신의 리자인 트렌드를 소개하는 한편, 자연스럽게 리자인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단순히 업사이클 관련 제품과 기업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것의 가치와 잠재성을 알아보고 또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민의식이 충만해야 비로소 업사이클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파엔자는 그런 측면에서 분명 리자인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혁신도시라고 할 만하다.
사실 파엔자시는 작은 도시다.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는 런던에 비해 파엔자시는 5만5천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다. 영국은 물론 유럽과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도시의 위상을 가진 런던과 달리 파엔자는 그리 내세울만 한 게 마땅찮다. 그러나 쓰레기를 보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 세계에서 파엔자의 위상은 런던에 못지않다. 오히려 도시 규모가 작고 여유 공간이 많아서 업사이클 도시로 발돋움하기가 더 용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업사이클 도시를 넘어 리자인 도시로 각광받는 파엔자시의 저력은 또 다른 곳에 있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에코 디자인 기업인 디자인 2.0의 존재가 그것이다.

리메이드이탤리
디자인 2.0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능력을 가진 젊은 에코 디자이너들의 발굴과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 내 디자인 스쿨과의 연대 및 협력으로 리자인아카데미(Resign Academy)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아카데미를 통해 실력 있는 리자이너(Resigner)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리자인아카데미

이곳 아카데미 출신들이 자신들의 작품의 전시무대로 파엔자시를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앞세운 이들의 작품들이 시내 문화센터 공간을 채우고, 이들의 작품을 시민과 관광객이 즐기는 것이다. 왜 이웃 프랑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이 리자인에 열광하고, 파엔자시를 앞다투어 벤치마킹하려는지 충분히 알 만하다.

리자인아카데미1

7. 시사점
쓰레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새활용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오늘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에코 크리에이터들은 지금도 치열하게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며 아이디어와 디자인 감각 하나만으로 업사이클 그 이상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 버리고 전혀 다른 관점으로 폐기물 재활용을 고민함으로써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시는 이들의 소중한 활동 무대이다. 이들의 존재가 그 도시를 더욱 빛나게 만들지만, 반대로 이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환경이 역량 있는 에코이스트들을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런던이나 파엔자는 물론이고 바르셀로나, 리스본 같은 도시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다. 이들 도시가 가진 역사성과 고유한문화가 배태한 자유분방함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실험들을 이끌어낸 소중한 자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단기간의 고용창출 효과에만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창의적인 업사이클 디자인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서울의 모습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참고 문헌
- 김대호. 2012. 에코 크리에이터. 아이엠북.
- 김대호. 2013. 에코 크리에이터 디자인. 아이엠북.
- 박루니. 2013. 런던의 착한 가게. 아트북스.
- 서울특별시. 2012. 서울재사용플라자 조성 기본계획 수립.
- 유기영 외. 2012. 서울재사용플라자 조성 기본계획 수립. 서울연구원 보고서.
- 유정수. 2006. 쓰레기로 보는 세상; 자원 재활용의 허와 실. 삼성경제연구소.
- 정유란. 2012. 폐기물을 활용한 패션 잡화 산업의 업사이클 리디자인 연구 : 산업 폐기물 재사용을 중심으로,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 데이브 브루노. 2012. 100개만으로 살아보기(The 100 Thing Challenge). 청림출판.
- 레베카 프록터 2011. 1000 NEW ECO LIFE STYLE : 1000 New Eco Design and Where To Find Them. 도서출판 ITC.
- 아리스 셰린. 2009.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지침서. 리서치앤플래닝.
- 앨 고어. 2005. 우리의 선택(Our Choice). 알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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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꼭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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