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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건강한 집짓기 프로젝트 (노숙자들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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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예외를 둘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서울역이나 지하철 또는 지하상가 등 밤이슬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늘 사회문제라는 이슈만을 만들어내지 뾰족한 해결방안에 대해선 행정기관에서도 손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해결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숙자들을 위한 바구니 쉼터

작아도 건강한 집짓기 프로젝트
변택주|경영에세이스트
11월이다. 인디언들은 11월을 ‘강물이 어는 달’이나 ‘만물을 거둬들이는 달’
또는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한단다. 날이 추워지니 옷깃을 여민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면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지하상가나
열차 역사에서는 노숙자와 관리인 사이에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노숙자 ‘보금자리 손수레’ 
집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은 흔히 병이나 버려진 종이 따위를 주워 팔아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며, 밤에는 쉴 곳이 마땅하지 않아 이리저리 헤맨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품을, 작지만 뜻깊은 발명품이 태어났다. 낮에는 짐을 실어 나르고, 밤이면 집이 되는 신기한 ‘쉼터 수레(Shelter Cart)’가 그것이다. 낮에는 병이나 책, 신문, 종이 상자처럼 되살릴 쓰레기를 모으는 수레로 쓰고 밤에는 다리 뻗고 쉴 아주 작은 보금자리로 탈바꿈한다. 노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려고 디자인한 ‘보금자리 손수레’는 낮에는 일자리, 밤에는 더없이 다사로운 품으로 변신한다.
먹고 입을 거리를 만들어줄 연장이자 집인 보금자리 손수레는 쓰지 않을 때는 바퀴와 핸들을 접을 수 있어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게다가 생김새까지 빼어나 도시 미관을 해치지도 않는다. 사람들 눈길에서 벗어난 딱한 이웃을 보듬어 안는 기발한 아이디어 작품인 이 수레 디자이너는 ‘배리 시한(Barry Sheehan)’과 ‘그레고르 팀린(Gregor Timlin)’으로, ‘디자인붐 사회인식상 2006(Designboom Social Awareness Award 2006)’을 받았다. 95개 나라 디자이너 4,247팀 사이에서 가려 뽑은 ‘보금자리 손수레’는 그리 널리 퍼지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겨울 풍찬노숙으로 고생할 우리나라 노숙자들에게도 간절할 디자인이다.
‘디자인붐 사회인식상 2006’에는 이 ‘보금자리 손수레’ 말고도 ‘일회용 종이 침대(Disposable Cardboard Bed)’, 보온 ‘노숙자 배낭 침대(Waterpoof Backpack Bed for Homeless)’, 추위막이 ‘도시 껍데기(Urban Shell)’, 장보기 수레 겸 쉼터 ‘장바구니 대피소(Shelter in a Cart)’, 마치 RV 미니 버전 같은 ‘모빌 노숙자 보호소(Mobile Homeless Shelter)’ 같은 다섯 개나 되는 ‘쉼터 수레(Shelter Cart)’가 뽑혔다. www.designboom. com/cart_shelter.html
광고판을 집으로
최근 슬로바키아 건축 디자인 회사 ‘디자인 디벨로프(Design Develop)’는 길거리에 있는 광고판에 집을 지어 노숙자를 보듬을 새로운 계획을 내놓아 다른 나라 노숙자들의 부러움을 한껏 사고 있다. ‘그레고리 프로젝트(The Gregory Project)’로 불리는 이 기획은 길거리에 서 있는 광고판에 작은 집을 얹은 ‘길가에 집짓기’다.
이 구상에 많은 이들이 손뼉을 치는 까닭은 바로, 적은 돈으로 답답한 사회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길가에 집을 짓기에 땅을 사는 돈이 들지 않고, 집을 지어 관리하며 고치는 데 드는 돈은 기업 광고비로 메울 수 있다. 밤에는 환하게 밝혀야 하는 광고판이라 전기시설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기에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 슬로바키아는 길가에 세모꼴 빌보드가 많은데 콘크리트 기둥 위에 받쳐진 광고판과 광고판 사이 세모꼴로 된 빈 곳에 한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욕실과 화장실, 부엌, 거실, 침실이 잘 갖춰져 적은 평수인데도 넓게 쓸 수 있도록 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다만 간판 아래쪽 계단으로 드나드는 이 집은 길섶에 지어져 자동차가 지나다닐 때 나는 소음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방음벽과 이중창문을 해달아 이를 웬만큼 해결한다 해도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과제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크게 마음을 내어 준비하는 ‘노숙자에게 보금자리 지어주기 기획’이 부디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이 프로젝트는 오픈 소스로 어디에서나 설계도를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고 새롭게 수정해도 괜찮다니 우리나라에도 노숙자를 보듬는 길거리 광고판 집이 세워지길 빈다. www.projectgregory.com
월드컵 경기장 주택 프로젝트 
브라질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쏟아부어 세운 월드컵 경기장이 많은데 이들 시설은 축구 경기나 공공 행사 때 사용하는 것을 빼고 나면 무용지물에 가까워 고민이 많았다.
건축가 ‘익셀 주 스탬파(Axel de Stampa)’와 ‘실뱅 마카우스(Sylvain Macaux)’는 탈 많고 말 많던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열두 곳을 되살려 쓸 수 있는 안을 내놨다. 경기장 바깥벽에 자유로이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모듈형 주택을 칸칸이 쌓아 올린 공공주택 ‘카사 푸츠볼(Casa Futebol)’이 그 주인공이다. 컬러풀한 모듈형 집 한 채 너비는 105㎡(약 32평)로 브라질 주택난을 풀 수 있는 방안으로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지만, 현재 브라질 정부가 허락하는 공공주택 너비 35㎡(약 10평)에 견줘 세 곱절이나 되어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어차피 나라사람이 추렴한 세금으로 세운 경기장이라면 주택 너비를 더 좁혀 보다 간편하고 작게 설계해, 서민들에게 거저 주거나, 보증금 없이 다달이 형편껏 월세만 조금씩 받으면 어떨까? 앞으로 월드컵을 치를 여러 나라가 고려해봄직한 일이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에 세워지는 시설들을 서민을 보듬는 집이나 아주 작은 마을 도서관, 혹은 작은 공연장으로 디자인해 마을 어른들이 책을 읽어주고 어른 아이가 어우러져 잔치를 벌이는 곳으로 삼아도 좋으리라.
요즘 절집에서 힘을 얻고 있는 말이 있다. ‘화쟁(和諍)’. 쉽게 말해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말씀이다. 모든 목숨붙이는 서로 이어져 있어, 누구도 이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누구나 고르고 가지런하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 너와 내가 사이좋게 다사로이 길을 내면 그 길은 다시 우리를 곱게 빚는다. 그 손길이 바로 명상이고, 불교가 가야 할 길이기에 내딛는 걸음걸음에 평화로움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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