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공방

적정기술

월간 <불교문화> 2014년12월호 인터뷰기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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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12월호]
작은 것이 아름답다│상생의 에너지를 데우다__정언

상생의 에너지를 데우다
축열식 벽난로를 만드는 작은 공방, ‘적정기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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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열식 벽난로. 축열식 벽난로의‘축열’은 열을 비축해둔다는 뜻이
다. 유럽 지역의 혹한을 견뎌내기 위해 탄생한 벽난로에 우리나라
전통 구들이 만나 완벽한 난방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단단히 여민 목도리 틈새로 얼얼한 바람이 파고드는 겨울이다. 종종걸음을 치다 대로변의 군고구마 수레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서면, 드럼통 안의 붉은 열기에 고구마 봉지를 받기도 전에 몸이 녹는다. 교실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던 난로를 덥히기 위해 아침마다 조개탄을 받아오던 기억이 스쳐 가고, 도시락을 걷어다 난로에 쌓아놓던 일도 생각난다. 난로 앞뒤 자리는 볼이 빨개질 만큼 후끈한 상석이었다. 불가에 다가서는 사람들은 절로 온화한 얼굴이 된다.

경남 밀양에는 이렇듯 원초적인 온기를 연구하는 작은 공방이 있다. 나무를 연료로 하는 화목 난로, 그중에서도 축열식 벽난로를 만드는 ‘적정기술공방’이 그곳이다.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쓰이는 지역 내에서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량 생산을 위한 거대 기술과 달리 소규모의 생산 활동을 지향하며, 지역의 자연 조건과 공동체의 특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적정기술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함승호, 정의웅 씨가 베이스캠프 삼아 일 년 전 공방을 열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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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밀양에서 축열식 벽난로를 만들고 있는 작은 공방, ‘적정기술공방’의 다양한 워크숍 모습.
‘적정기술’이란 기술이 쓰이는 지역 내에서 최소한의 자원을 이용해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친환경 생태주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부터였어요. 7~8년 전부터 국내에 생태주택 개념이 도입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프리랜서로 8편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해 현장을 쫓아다니다 흙다짐공법, 흙부대 건축 등 생태주택을 이루는 적정기술, 그중에서도 난방 시스템에 큰 매력을 느꼈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고, 지금은 집이 있는 밀양에 공방을 열고 있지만 실질적인 활동 지역은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아우릅니다.”

공방 일을 전업으로 삼은 두 주인 외에, 다른 생업에 종사하며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고 승호 씨는 덧붙였다.

“적정기술을 이용한 생태주택이 일반에 알려진 때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 후 귀농을 희망하던 시기와 맞물려요. 우리가 여는 난로 만들기 워크숍에도 귀농한 후 주택에 살며 난방비를 고민하다 오시는 분들이 많죠. 귀농할 때 지출 항목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게 난방비거든요. 축열식 벽난로를 쓰면 기존의 주물식 난로보다 연소 효율이 두 배 이상 높아져요. 적정기술은 삶의 현장에서 진실로 구현될 수 있는 기술, 자기 집을 자기가 짓는 기술,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사람들의 절실한 필요에 응답하는 기술이죠.”

축열식 벽난로의 ‘축열’은 열을 비축해둔다는 의미라며 승호 씨가 자부심 넘치는 설명을 이어갔다. 전 세계 건축의 난방 구조를 공부하며 우리나라의 구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효율적인 벽난로의 역사에 감탄하게 되었다는 그. 유럽의 엄혹한 기후를 견뎌내기 위해 1,600여 년 전 탄생해 점차 연소 효율을 발전시켜 온 벽난로는 우리나라의 전통 구들과 만나 완벽에 가까운 난방 시스템이 되었다.

“난방은 연소 효율과 열 이용률 두 가지만 고려하면 돼요. 연소 효율은 연료에서 최대치의 열에너지를 뽑아내는 정도를 말하고, 열 이용률은 그렇게 뽑아낸 열을 유지하는 정도를 가리켜요. 벽난로는 연소 효율이 좋고, 구들은 열 이용률에 최적화된 구조예요. 벽난로의 연소실을 구들의 아궁이에 집어넣은 개량형 구들을 쓰면 전통 구들의 6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화석 연료 대신 가장 원초적인 ‘땔감’인 나무를 쓰는데도 열효율이 월등히 좋다? 얼핏 믿기 힘든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승호 씨가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었다.

“올해에만 9회 정도 워크숍을 열었어요.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교육단체, 개인들 요청으로 현장에 나가 시공 원리와 설치 방법을 기초부터 가르쳐요. 오프라인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온라인으로는 도면과 사진을 공개했지요. 온라인에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한 달 만에 전국에서 40개의 난로가 만들어졌어요. 기술 자문을 받으러 전화한 사람이 70명 이상이었고, 마무리 단계에서의 문의가 40건 이상이었죠. 이 난로들의 연간 이용률을 추적한 결과, 장작을 연간 3톤 이내로 소비하더군요. 장작 1톤에 8만 원 정도이니 3톤이면 24만원, 연간 가스비와 비교해보면 열효율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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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난로의 연소실을 구들의 아궁이에 집어 넣는 개량형 구들 공사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냉장고의 반대 개념인 ‘열장고’라는 이름으로 축열식 벽난로를 알리기도 했던 승호 씨. 온라인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 사람이 혼자 40개의 난로를 만들려면 2~3년이 족히 걸리지만, 도면만 공개하면 동시다발적으로 한 달 만에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난로의 문제점이나 개선 방향을 파악하기 쉽다. 정보를 체계화해 공유하는 작업에 눈을 뜬 그는 곧 적정기술공방의 홈페이지를 열고 그동안 쟁여둔 지식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태적인 삶을 지속하게 하는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장, 그것이 승호 씨가 꿈꾸는 적정기술공방의 역할이다.

“충북 영동에 은퇴한 목사분이 부인과 경영하는 복숭아 농장이 있어요. 수도권에서 있었던 워크숍에 참여한 그 아드님이 이듬해 가을에, 부모님을 위해 농장 주택에 벽난로를 설치해달라고 의뢰해왔어요. 웃풍이 하도 세서 어머님이 거동하지 못하실 정도라고 들었는데, 벽난로를 설치한 후에는 반소매 차림으로 거실을 드나든다고 하시더군요. 이후로 몇 번이나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 목사분은 열렬한 난로 예찬론자가 되셨고요.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다 보니 사람들의 삶이 보여요. 개인의 윤택한 삶을 위해, 공동체의 평온한 지속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아껴야겠구나, 절실히 체감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철학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데 있다고 승호 씨는 힘주어 말했다. 지금의 ‘농촌 기반형’ 적정기술이 ‘도시형’으로 확장되어 도시의 에너지 약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진 도시 공동체에서도 조금의 불편쯤 감수하는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생태주택에서 더 나아가 모든 건축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모색해보려고 해요. 집을 지을 때는 사실 자재나 기술보다 건축업자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거든요. ‘집장사’가 아닐 때 비로소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이 만들어져요. 건축 문화를 바꿔야 하는 거죠. 저는 워크숍을 할 때, 구들은 될 수 있으면 거실에 깔라고 조언합니다. 동절기의 생활공간은 침실보다는 거실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생활 패턴, 삶에 밀착한 건축이 생태주택의 기본입니다.”

공방에서 난로 만들기를 배운 사람들은 난방 기구를 고르는 기준을 새롭게 세우게 되고, 이는 건강한 상품을 만드는 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일이 모두에게 이로운 흐름이 된다는 것을 확신할 때에만 느껴지는 에너지가 승호 씨에게서, 또 공방 전체에서 가만히 발산되고 있었다. 난로를 만드는 사람 자체가 난로인 것은 아닐까. 난로를 데우는 것은 장작이 아니라 이들의 발화점이 아닐까, 생각하다 보니 곱아든 손이 따뜻해져온다. 막 장작 한 단을 지핀 듯 마음이 후끈해졌다.

정언|객원기자

• 적정기술공방 홈페이지 : atworkshop.or.kr

One Comment

  1. 수 년 내 제가 도전할 과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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