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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마법처럼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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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마법처럼 부활하다
[함께 사는 길] 업사이클링·①

국내 최대 소비지역이자 경기도 다음으로 전국에서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서울시에 국내 최대 업사이클 센터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일 서울재사용플라자(가칭) 기공식을 열고, 오는 2017년까지 장안평 일대를 국내 최대의 재활용·재사용·업사이클 타운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용·업사이클에 관심 있는 젊은 예술가와 사회적기업을 재사용플라자에 입주시켜 소파 가죽, 폐타이어, 폐현수막 등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전시 및 판매까지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2014년 기준 30여 개의 업사이클 업체가 2030년까지 1000개소로 늘어나게 해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같은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재활용의 업그레이드, 업사이클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진 것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기물량은 하루 38만2081톤(t)이며, 한해 1억3945만9565톤이 발생한다. 국민 1인당 하루에 1kg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 많은 쓰레기들, 다 어디로 갈까? 하루 평균 3만5604톤의 쓰레기는 땅속에 매립되고, 2만2918톤의 쓰레기는 소각되며, 2608톤의 쓰레기는 바다에 버려진다. 그 나머지, 전체 배출양의 80%가 넘는 32만951톤은 재활용됐다. 수치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 가방으로 재탄생한 현수막. ⓒ함께사는길

일반적으로 재활용이라 하면, 폐기물 자체를 재사용하거나 기계적·화학적 가공을 거쳐 자원으로 되돌려 새 제품의 원료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해당 제품의 질이나 가치는 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폐기물을 자원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도 상당해 환경비용도 발생한다.

반면, 업사이클은 버려진 것을 별다른 에너지나 화학적 처리 없이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 짝 잃은 양말로 만든 인형, 자투리천을 이어 붙인 테이블보, 병뚜껑으로 만든 머리끈, 빈 병으로 만든 화병에서부터 양복바지로 만든 가방, 폐타이어로 만든 가방 등 다양하다. 이런 것은 세련된 디자인과 활용도가 높아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 실제로 ‘프라이탁’은 연간 트럭방수포 440톤, 자전거튜브 3만5000개, 안전벨트 28만8000개를 활용해 40만 개의 가방 등을 생산해 연 매출 600억 원을 달성한다. 자원순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말 그대로 재활용의 업그레이드다.

자원순환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내에서도 폐현수막이나 지하철 광고판, 방수천, 타이어 등으로 가방을 만들거나 헌 옷으로 명함케이스 등 패션 소품을 만드는 기업이 생겨 해외 유명 업사이클 제품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정부도 자원순환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사이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는 업사이클링 기반을 조성해 2015년까지 2009년 대비 자원순환율 20.3%를 달성하고 최종 매립량의 26%를 감축하겠다는 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아직은 업사이클을 ‘산업’이라 칭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또 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이 끝나는 해인 올해까지도 홍보 효과 이상의 산업적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국내 최대 업사이클 센터인 서울 재사용플라자가 들어선다고 해도, 일거에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시의 야심처럼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업사이클을 자원순환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법과 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 기존 관련 법률에 리사이클에 대한 내용이 없어, 소재 수급이나 판로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업사이클은 폐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지만, 현행 우수재활용제품인증마크(GR마크)를 받기가 힘들다. ‘GR마크’는 국내에서 발생한 폐자원을 재활용해 제조한 우수품질제품의 생산의욕을 높이고 재활용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개선으로 구매 욕구를 유발해 지구환경보존과 자원 재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제정한 마크다. ‘GR마크’ 인증을 받으면 저리(低利)로 시설 및 운전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고,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업사이클 업체로서는 이득이다. 하지만 업사이클 특성상 소재가 동일하지 않고 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업사이클 제품은 GR마크를 받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지자체 우선 구매 담당 공무원은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힘들다. 자치조례로 인증을 받지 않은 몇 가지 품목을 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며 현실을 전했다. 환경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과 관련한 용역이 진행 중이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도 성남시의 정책은 주목할 만하다. 성남시는 폐현수막으로 만든 청소밀대를 구입해 각 동 주민센터 골목길 환경정비용, 탄천 정화용, 녹지·공원 낙엽 청소용 등 공공지역의 정화활동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비록 인증을 받지 않아 우선 구매 의무가 없지만,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가 자체적으로 사회적 기업인 두레에서 20~40만 장 정도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성남시 청소과 담당자는 “가격이 기존 비닐재질의 봉투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찢어질 염려가 없고 활용도가 높아 현장에서 호응이 높다”고 전했다. 또한 시민주주기업에 일감을 맡겨 저소득층에게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산업 연계를 통한 활성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업사이클 업체 대부분은 소수의 디자이너가 꾸리고 있다. 소재 수집, 디자인, 가공, 유통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동대문 의류산업의 배후생산지인 창신동에는 7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몰려 있다. 창신동의 전성기는 외국 패션 브랜드가 국내 의류 시장을 잠식하고 값싼 중국산 의류가 몰려들면서 빛을 잃었다. 만일 창신동 봉제공장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업사이클 디자이너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업사이클 전문 디자이너와 숙련된 봉제 기술자들의 만남으로 생산량 증대와 일자리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 쓰임을 다한 폐현수막은 업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kud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업사이클 시장은 아직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 초기 국내에 선보인 업사이클 제품은 취미나 환경운동 측면의 접근이어서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많이 미흡했다. 하지만 최근 선보이는 업사이클 제품은 재활용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품질이나 디자인이 우수하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가격 구조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 필요하다. 버려지는 것으로 만들었으니 다른 제품에 비해 저렴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업사이클 제품의 가격은 일반 제품과 비슷하거나 비싸다. 비록 폐기물을 활용해 만들었지만, 소수 인력으로 소재 발굴과 디자인·가공·판매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하는 상품으로 공예품이기 때문이다. 해외 업사이클 제품도 마찬가지다. ‘프라이탁’ 가방은 30만 원을 호가하지만, 기능성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을 인정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작업은 어엿한 고가의 제품으로 구매된다.

쓰레기 소비시대 준비하기

대형 건물 하나 짓는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 “작은 실패를 많이 해봐야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의 말이다. 서울재사용플라자의 규모상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모든 여파가 크기 때문에, 큰 실패가 아닌 큰 성공을 위해 ‘작지만 다양한 실험들을 많이 하자!’는 것이다. 서울 재사용플라자가 완공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 동안 크고 작은 실험을 통해 업사이클이 문화를 넘어서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재료의 확보와 생산, 판매, 재회수까지의 전 과정에서 무엇이 더 필요한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의 확대까지 성공인자들을 찾아내야 한다.

자원부족시대의 미래 경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저서 <제6의 물결>(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펴냄)은 우리 사회는 이미 정보통신시대를 넘어 ‘쓰레기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갈파했다. 쓰레기를 소비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홍수를 이루는 재활용 아이디어는 확실히 업사이클이 현대적 유행임을 알려준다. 그것을 넘어서는 산업으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자원순환시대로 가야 미래가 있는 ‘자원부족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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